[청려문대] 미필적 고의성의 구원 (미필구원): 230621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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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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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에 들어온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바람에 흘려냅니다
당신은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찬 숲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내딛는 걸음은 길을 이미 안다는 뜻 가볍고 익숙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이 요즈음 드나드는 곳은 그곳뿐이잖아요.
당신이 유일하게 살려둔 뱀파이어가 사는,
그 저택 말입니다.
당신은 몇 개월 전, 기이한 그와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어둡고 서늘합니다.
공기 중에 섞여둔 짙은 녹음이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끔 시야를 방해합니다.
당신 앞에 가는 박문대는 길도 없는 곳을 가벼운 차림으로 잘도 찾아 발을 딛고 있습니다.
마주쳤을 때도 느꼈지만, 예사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요, 당신은 뱀파이어 퇴치를 의뢰한 박문대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하던 박문대는, 이전에 산을 건너다가 뱀파이어의 거취를 발견했다며 당신을 불렀죠.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닌지, 부른 금액이 상당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당신에겐 잘된 일이죠.
요즘 재정상태가 넉넉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상념을 끊어내고 고개를 들어보면,
당신을 안내하는 박문대의 뒷모습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그늘진 곳 아래서도 양산을 접지 않고,
험한 산길을 평지처럼 가볍게 걷는 모습은 기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걸음마다 드문드문 드러나는 하얀 발목은 또 얼마나 창백한지...
잠깐.
신재현: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생각해보면, 이렇게 길도 없는 곳을 망설임 없이 거닐 수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둘러보는 기색 없이 말입니다.
단순히 '자주 다녔기 때문'이라기엔...
여러 증거들을 먹이 삼아 집어삼킨 의심은 몸집을 부풀립니다.
사실은... 그가 뱀파이어 인 것이 아닐까요?
당신의 피를 빨아들이기 위해 당신을 꼬드겼다든지.
생각이 거기까지 퍼지면,
신재현:
은밀행동
기준치:60/30/12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조십스럽게 총을 겨눕니다.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얹습니다.
찰칵, 작은 소리에도 박문대는 걸음을 멈춥니다.
박문대:지금... 뭐 하세요?
작은 탄식과 함께 그는 양손을 들어올려, 당신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알립니다.
양산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집니다.
신재현:음, 이게 아닌가.
미안해요.
박문대:여기가 외진 곳인 건 맞지만. 딱히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총구 내려놓으시죠?
신재현:(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많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래요. 이제 됐어요? (총구를 내려놓은 뒤, 고개를 살짝 까딱입니다.)
박문대:(총구를 내려놓자 그제서야 되었다는 듯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그럼 다시 가죠. 괜히 이상한 의심 받을 바에는 그 놈들이 있는 곳에 빨리 도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으니.
오해였을까요?
그러나 그렇게 해도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신재현: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99
판정결과:실패
그가 뱀파이어라면 피를 보고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피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문득, 허리에 찬 호신용 나이프가 뇌리를 스칩니다.
당신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을 채, 한 손으로 호신용 나이프를 꺼내 당신의 손가락에 긋습니다.
간단하게 붉은 피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당신 앞의 박문대의 눈이 붉게 물듭니다.
당신의 손가락에서 시선을 떼지 못 하고 있군요.
박문대:(하 씨x...) ... 일단 이야기를 좀 들어주실래요?
신재현:답은 다 나온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박문대:어차피 뱀파이어를 잡는 이유도 돈 때문 아니었나요? 의뢰 차원에서 드린 돈은 그대로 드릴테니 못 본 척 해주실 수 없나요.
신재현:(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제가 뱀파이어를 잡는 게 돈 떄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요? 그런 기억은 없는데.
박문대:(하...) 그러면 전에 말했던 그 녀석들의 은신처는 어떠신가요. 돈은 덤이고, 그 놈들이 있는 거처도 말해줄 수 있어요.
신재현:꽤 절박해 보이네요. 이러다간 다른 것까지 다 술술 불겠는데. 하하! 이래도 되는 거예요?
박문대:(죽게 생겼는데 그럼 절박하지 안 절박하겠냐, 씨x...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짜증을 삼킵니다.) 제 거처도 아니고 상관 없습니다.
신재현:그럼 일단 정보부터 넘겨줄래요? 듣고 쓸만 하면 뭐... 생각해보도록 할게요. (물론 살려줄 생각은 없지만. 싱긋 웃으며 뒷말은 삼킵니다.)
박문대:정보는... 원래 말했던 것처럼 거처까지 데려다 주는 것으로 완료하는 걸로 하죠. 돈도 그 다음에 주는 걸로 하고.
방식이야 어떻게 되었든 간단하게 의뢰가 끝난 편이니... 당신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박문대는 여전히 당신의 손가락에 시선하고 있습니다.
여즉 흐르는 피 때문일까요?
그는 마른 침을 삼킵니다.
박문대:... 그거 한 모금만 마실 수 없을까요.
그리고는 자신이 한달을 내리 굶었다느니,
그간 썩어가는 돼지 피만 마셔서 현기증이 난다느니 그리 사정사정 합니다.
신재현:(손가락 하나 내어준다고 죽을 일이야 없겠지만....) 내가 그쪽을 어떻게 믿고요? 손가락 무는 척 하면서 목 물어 버리면 내가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박문대:그렇게 비열한 짓 할 생각 없습니다. 정말 손에 난 피만 조금 마시는 거니까...
신재현:(의뢰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에 웃음만 흘립니다. 어차피 거처만 알아내면 바로 죽일 거니 마지막 인정은 베풀어도 괜찮겠지. 싶은 마음으로 손가락을 내밉니다.) 조금만이에요.
손가락을 내어주자 나름 진심을 담아 감사해하며 손을 끌어당깁니다.
입을 벌려 상처를 무는 것은 송곳니가 아닌 부드러운 입술닙니다.
미끌하고 말캉한 혀가 서늘한 체온을 남기며 상처를 훑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해갈의 기쁨을 느끼는지, 입술은 생각보다 금방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가 입을 벌려,
당신의 상처를 당장이라도 헤집을 듯,
송곳니를 세워...
...
아, 물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린 그는, 미안하다며 문 손가락을 놓아주고는 황급히 떨어집니다.
품에서 닦을 것을 꺼내 당신의 손을 직접 닦아주기까지 합니다.
약속은 약속이다 이거죠.
당신도 한 달간 잡뼈만 씹어보면 사람이 어떻게 미치는 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횡설수설 변명하는 모습은,
어쩌면 그가 평범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 이후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약속했던 대급을 넘겨주고, 말했던 뱀파이어의 거처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요청만 한다면 뱀파이어의 정보를 더 알려주겠다는 말.
의뢰가 없어 정 돈이 궁하다면 자신에게 와 피를 팔아도 좋다는 말까지.
하여튼 당신이 골수까지 빨아먹고 나면, 그는 당신에게 숲 밖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합니다.
숲의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것은,
저 목숨 아까운 것을 알기 때문에 베푸는 친절일까요?
아니면,
어쩌면... 어떤 미련일까요.
당연히 전자여야 하겠지만, 그런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의뢰인이 지어낸 표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무튼 간에.
새로운 거래처, 아니... 새로운 돈줄을 하나 뚫었습니다.
이 거래만 쭉 이어진다면 앞으로는 조금 넉넉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돌아가는 주머니는 무겁고,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동안,
당신은 숱한 의뢰를 무리 없이 해결했습니다.
당신이 의외를 받으면, 가장 먼저 박문대의 저택에 방문해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뱀파이어를 색출해 죽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자연스레 주머니는 풍족해지고, 생활은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박문대가 사는 저택에 방문하는 일 또한 생각보다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단순 정보를 얻기 위해서든,
피를 팔아 돈을 더 얻기 위해서든,
혹은 다른 이유에서든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 당신이 그의 거처로 향하게 된 것은 평소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그가 편지를 보내왔죠.
볼 일이 있으니 자신의 저택에 와 달라고.
무언가를 요청하는 것은 항상 당신 쪽이었기에,
이런 식의 호출은 이례적인 일이죠.
그렇기에 당신이 이렇게 순순히 걸음을 옮기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은 마을에서 나가기 전,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습니다.
신재현: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77
판정결과:실패
마을 사람1: ...에서 일하는 ...도 그렇게....
마을 사람2: ... ... 숲에 드나는 사람이면... 미쳐버리는 거야.
마을 사람1: 그런데 ...는? 그 ...... 뭘 해.
마을 사람2: 그러니까, ...이 옮기기라도 ......
신재현: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아, 그러고 보니. 요즘 마을에서 정체불명의 병을 앓는 사람이 몇 명 생겨났습니다.
갑작스러운 발작과 각혈을 하게 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는 병, 말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걸어가는 발걸음에 더 힘을 주었습니다.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저택에 도착해야만 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당신이 아는 익숙한 저택이 나옵니다.
나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목조저택.
하늘을 찌를 듯이 세워진 지붕에서 시선이 미끄러져 내리면,
자연스럽게 입구 앞에 서있는 박문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저택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박문대:좀 늦었네.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당신에게 다가와 섭니다.
안내하겠다는 듯 당신을 끌어당기는 모습 조차도 평소와 다름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끌리듯 저택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저택 내부로 들어오면, 역시나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어둑하니 은은한 불이 들어온 샹들리에의 조명
고풍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가구들까지.
새삼스럽게 변한 것 없는 실내를 둘러보고 있자면
박문대는 신재현을 이끌고 응접실로 안내합니다.
그는 항상 당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었습니다.
이제는 저택 구조를 전부 꿰고 있을 정도로 자주 방문했는데,
그는 언제나 당신이 함께 있는 것이 기껍다는 듯 직접 안내했습니다.
뭐, 저택 안에 별다른 사용인이 없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응접실에는 갓 따른 차가 김을 내뿜으며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당연하단 듯이 먼저 자리에 앉으면,
박문대 또한 당신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습니다.
붉고 맑은 수색이 찻잔 안에서 일렁이고 있습니다.
박문대:그래, 잘 지냈냐.
신재현:그럼요. 문대 씨도 잘 지낸 것 같으니 인사는 넘기고...
무슨 일로 부른 거예요?
박문대:바쁜 것도 아니고, 바로 이야기 할 필요 있나.
특별한 일은 없었고?
신재현:(질문을 듣는 순간 마을에서 돌고 있는 병이 생각나긴 했지만, 잠시 고민하다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립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리 있나요. 헌터인 제가 문대 씨를 마주하고 있는 것 만큼 특별한 일이 또 있을까.
박문대:뭔... 비꼬는 것도 아니고. 덕분에 매번 이득보고 있는 입장 아니었냐. 오늘은 내가 부른거지만, 다른 때에는 네가 직접 온거면서.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는 듯 영 껄끄러운 표정을 짓더니, 박문대는 잘 포장된 선물 하나를 신재현에게 건넵니다.
박문대:받아.
신재현:음? 이게 뭐예요?
박문대:궁금하면 직접 열어보던지.
신재현:내가 문대 씨를 어떻게 믿고? (슬쩍 웃으며 손으로는 선물을 풀어봅니다.)
상자를 열어보면, 안에 들어있는 것은 목걸이 입니다.
좀 더 자세한 외양을 이야기하자면...
작고 붉은 팬던트가 달려있는 소박한 디자인의 목걸이입니다.
신재현:목걸이네요. 이런 걸 갑자기 왜 주지.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았나요?
박문대:뭔... 요즘 마을에서 이상한 병 돌고있지 않냐?
이걸 차고 있으면 넌 괜찮을거야.
신재현:아, 역시 알고 있었네요.
그런데 이건... 부적 같은 건가요?
박문대:뭐, 대충 비슷해.
신재현:고마워요. 잘 차고 다닐게요.
음... 혼자 하긴 힘든데. 문대 씨가 차주면 안 되나?
박문대:얼마나 어렵다고... (불평하면서도 신재현이 있는 자리로 몸을 옮기고서는 목에 목걸이를 걸어줍니다.) 잘 차고다녀.
신재현:(중얼대면서도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박문대가 웃기기만 합니다.) 고마워요. 예쁘네요, 이거. 저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웃으며 박문대를 쳐다봅니다.)
박문대: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잠시 창 밖을 바라봅니다. 어둠이 만연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은 자고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신재현:(그런 의도가 아닌 것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일부러 고개를 까딱이며 말을 흘립니다.) 혹시 유혹하는 건가요?
박문대:(황당한 표정으로 눈 앞의 존재를 바라봅니다. 저게 미쳤나?) 그냥 나가서 숲 속에서 길 잃고 들짐승에게 잡하 먹히던지.
헛소리 그만하고 일어나. 응접실에서 잘 건 아니잖아.
그리 말하고서는 박문대는 당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에스코트라도 해줄 요량이죠.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 아니, 뱀파이어죠.
당신은 손님용 침실을 안내받습니다.
뭐, 이곳도 익숙합니다.
여기에 당신이 지난번에 놓고 간 자잘한 짐도 있잖아요.
여러번 드나든 곳이라 그리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박문대는 따라 들어와서 당신이 누울 곳을 확인하듯이 잠시 이불을 매만져 가지런히 쳡니다.
박문대:불이라도 꺼줄까.
그렇게 가볍게 물어보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신재현:(원래 저렇진 않았는데.)... 문대 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무슨 일 있었어요?
박문대:무슨 일은. 아무 일 없는 거 알잖아.
신재현:그런 거라면 다행이고요. 불은... 꺼주면 고맙죠.
박문대:... 그래
박문대는 그리 대답하고서는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당신이 시야에 존재하는 아주 찰나를 담으려는 듯 한참을 응시하다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박문대:신재현. 해가 밝으면 그 목걸이를 챙기고 곧장 여기를 떠나.
저택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로 나가고. 마을 밖으로 벗어나야해, 넌...
그렇게 말하는 박문대의 표정은 확연히 어둡게 보입니다.
이유를 물어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잘 자라는 인사가 전부입니다.
이윽고 켜져있던 촛불이 꺼지고, 가벼운 걸음 소리가 천천히 멀어집니다.
그러고 나면 신재현은... 달리 할 일이 있나요?
신재현:(따라나설지 고민을 하다, 이미 가버린 이상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아 행동을 멈춥니다. 박문대의 말이 걸리기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내일이라도 말을 걸어볼 요량으로 눈을 감았으나, 잠은 잘 오지 않습니다.)
박문대의 말이 마음에 걸리지만 딱히 할 일은 없습니다.
박문대가 말해준 대로, 아침에는 일어나 떠나야 하니 어서 잠들도록 해야겠습니다.
배개에 머리를 대면, 신재현은 얼마 가지 않아 깊은 잠에 듭니다.
아니, 잠에 든 줄 알았습니다.
잠결에 무엇인지 정확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가 걸립니다.
그렇게 걸린 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당신의 발 끝을 간지럽히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의 다리를 타고 오릅니다.
아주 서늘한 손길이 당신의 다리를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당신의 배 위로,
가슴께로,
등으로,
점점 올라오더니,
당신의 목을 강하게 옥죄어... ...
신재현: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68
판정결과:실패
신재현 이성 2 감소
당신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당신을 압도하는 아주 강한 힘이, 당신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죽는 걸까요?
그러나, 목 언저리에서 갑자기 강한 열감이 느껴집니다.
달군 금속처럼 무언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 같습니다.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
아까 그 팬던트 입니다.
무언가 끓는 소리가 연신 귓가를 맴돌더니, 목을 옥죄는 무게가 사라집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죠?
신재현: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46
판정결과:보통 성공
목걸이를 살핀다면, 여전히 불에 달군 듯 뜨겁습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리는 팬던트에서 나는 듯 합니다.
신재현:(방을 슬쩍 둘러보고 몸을 일으킵니다.) 펜던트가....
팬던트를 자세히 보면...
전에는 가볍게 넘겼는데. 붉은 것은 아무래도 혈액인 듯 합니다.
신재현:(펜던트를 신중하게 살펴봅니다. 혈액이 담겨 있는 펜던트가 무엇에 도움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대 씨가 한 말이랑 관련이 있나 보지.
혈액 이외의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육감이 말하기를, 아까의 위협에서 이 목걸이가 지켜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박문대가 말한 것이 이런 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대강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더는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강하게 머리를 강타합니다.
당신은 다리에 힘을 주어 방 밖을 나옵니다.
방 밖은 고요합니다.
아무런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아, 온 저택이 잠든 듯 고요합니다.
... 단 한 곳만 빼고요.
당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향합니다.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
그 아래에서 빛이 새어 나옵니다.
멋대로 발이 움직입니다.
저곳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온 몸의 감각이 말을 걸어오는 듯합니다.
당신은 강한 이끌림에 의해 지하실로 향합니다.
그러고보니, 지금껏 이런 계단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택에 지하실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여기로 내려가는 계단을 본 적 있었나...
어쩌면, 여기는 박문대가 숨겨두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닐까요.
무언가... 불유쾌한 것들 말입니다.
벽을 더듬어 조심스럽게 계단을 타고 내려갑니다.
불이 켜져ㅣㅇㅆ는 것과는 다르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층계잠 즈음에서 빛을 내고 있는 캔들 홀더를 챙겨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지하실에 발을 디딘 당신은 얼어붙습니다.
비릿한 혈향.
발 끝에 닿는 물컹한 무언가.
사고가 멈춥니다.
촛불을 내려 발치에 있는 것들을 살피면...
아니, 산짐승의 시체.
종류를 불문하고 한 무더기 입니다.
박문대가 한 짓일까요?
흡혈을 하고 난 시체를 여기에 치워둔 것일까요?
굳이 그럴 이유는 없을 텐데,
대체 왜...
당신은 의문을 품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일단은 한 무더기 쌓여있는 시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좀 더 먼 곳에 혈흔이 낭자한 테이블 또한 보입니다.
좀 더 가까이에는 두어권 밖에 꽂혀있지 않아 텅 비어버린 서가도 있습니다.
신재현:(잠시간 고민을 하다, 테이블 쪽으로 향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테이블에 촛불을 비추어 봅니다.
아니, 이건 테이블이 아니군요.
이건 오히려...
...
신을 모시는 제단, 같이 보입니다.
제단은 대체 몇 명의 피를 머금었을까요.
제단 위에 스미어든 혈흔과,
그 위에 적힌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구역질이 치밀 정도로 모독적이라는 기분이 듭니다.
신재현: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테이블.. 에서 살펴볼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인 듯 합니다.
신재현:(제단을 다시 슬쩍 보고,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서 서재 쪽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책이 얼마 꽂혀있지 않아 볼 것은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것들도 정식으로 출판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누군가의 수기를 엮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신재현:(책 중 하나를 꺼내 살펴봅니다.)
펼쳐서 읽어보면, 종이가 삭거나 악필이어서 알아볼 수 없는 페이지가 대부분 입니다.
읽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장입니다.
서가에서 살펴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인 듯 합니다.
신재현:(조금 주저하다, 시체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산짐승의 시체입니다.
토끼, 닭, 멧돼지 등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신재현: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71
판정결과:실패
전부 피가 빨린 듯 말라 비틀어져 있습니다.
사체에서 살필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인 듯 합니다.
신재현: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95
판정결과:실패
어디선가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다 죽어가는, 곧 끊어질 듯한 미약한 울음소리입니다.
이 방에 아직 살아있는 것이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여기보다는, 좀 더 멀리에서요...
어디?
그제야 어둠 속에 숨어있던 작은 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일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언가를 연구하던 중인 듯한 테이블 위에, 염소가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발버둥인가요?
아니요, 기이하게 뒤틀리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쥐어짜는 듯한 뒤틀림입니다.
짐승의 피는 쥐어 짜여져서, 테이블 위에서 뚝뚝 떨어져 내립니다.
피는 바닥으로 깊고 빠르게 스며듭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장면을 바라봅니다.
기이한 광경입니다.
신재현: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신재현: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95
판정결과:실패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84
판정결과:실패
짐승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피가 다 빨려 비틀어진 채 흉터 없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신재현: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93
판정결과:실패
문득, 당신은 이 상황에 기시감이 듭니다.
기억나나요?
마을에 이름 모를 병이 돈다는데.
감작스러운 발작과, 각혈.
피를 흘리며 말라가는 시체들...
...그 원인이.
설마.
신재현:... 문대 씨인 건가.
(복잡한 마음으로 테이블을 살펴본다.)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의 수기가 올려져 있습니다.
휘갈긴 것 가운데 한 문장이 눈에 띕니다.
그렇게 올려진 것들을 살피고 있자면, 눈 앞의 것들을 보느라 인지하지 못 했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달칵, 들려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박문대입니다.
캔들 홀더를 들고, 당혹스러운 낯을 하고 있습니다.
박문대:신재현 네가, 아니... 잠시만 내 이야기를 좀 들어봐.
이야기를 들으라고요?
그럴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당신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있으면 죽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보아온 죽은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뒤에서 당신의 이름을 연신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당신이 멈출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나가야 합니다.
나가서,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
그리고, 저택을 나서는 문간에서 당신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는 손길이 있습니다.
의문을 가질 여지도 없이, 박문대입니다.
박문대:머무르라는 말 같은 건 안 할테까. 제발, 좀...
그리고 박문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오해다.
넌 그 방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됐다.
그러나 알아버렸다면, 절대 그 목걸이를 빼지 말고 도망가라.
이 마을을 벗어나서, 산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
그를 믿는 것은 신재현의 몫이지만 말입니다.
밖은 어느새 동이 터서 히끗하게 사위가 밝아옵니다.
박문대는 그제야 신재현의 손목을 놓아줍니다.
그의 표정은 어서 가보라는 듯 잠잠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당신의 빠르게 움직입니다.
곧장 이 죽음의 숲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은 다시 마을로 돌아 나옵니다.
마을 전체에 죽음의 위협이 드리운 탓인지,
평소보다 서늘하고 춥다는 감상이 듭니다.
...그저 감상 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어, 더 이상 사람 사는 곳이라곤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룻밤 부재한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나봅니다.
다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그 짐슴들처럼?
당신은 선택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을 버리고 박문대의 말대로 도망친다면 차라리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원한다면 그 의문스러운 질병에 대해 찾아볼 수도 있겠죠.
어쩌면 그 역병을 퍼트린 범인이 박문대라는 것을 확신할 증거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
... 그 역병은 정말 박문대로부터 발원한 것이 맞을까요.
그렇다면 그를 지금까지 죽이지 못한 당신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할까요.
신재현:(비효율적인 행동이라는 것도, 자신답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치는 것 또한 자신답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고민 끝에, 역병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결심합니다.)
당신은 그 역병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마을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가는 편이 좋을까요.
환자가 있는 병원?
아니면 정보가 모여있는 도서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예 다른 장소를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신재현:(그런 것들을 본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으니, 이 상태에서 바로 환자들을 맞닥뜨리는 것은 심적으로 무리라 생각됩니다. 우선 관련 정보가 있을 법한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신재현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도서관에서 어떤 내용을 찾아볼까요?
신재현:(소리를 낮춰 중얼거립니다.) 우선... 역병 관련 정보를 찾아야겠지.
역병해 관한 자료를 찾아보면...
아무래도 박문대가 만들어 낸 것으로 추측되는 역병이라 그런지 따로 관련 서적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신재현:(잠시 망설입니다. 그냥 병원으로 향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온 이상 정보는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뱀파이어 관련 정보는 있으려나.
서가를 뒤지다 보면, 조금 낡은 양장본 책을 하나 발견합니다.
이름은 [괴물에 대하여]
신재현:
자료조사
기준치:65/32/13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책 사이에 어떤 쪽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누군가 신문기사를 오려내 책에 끼워넣은 듯합니다.
이전에 책을 빌린 사람이 뱀파이어에 대한 자료를 모이고 있었나 봅니다.
기사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뱀파이어는 당신 마을 근처에 있는 산을 포함해서,
그와 이어진 산맥에서 유독 많이 출몰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정보는 아닙니다.
뱀파이어의 심장에 말뚝을 박을 때마다 산을 자주 올랐던걸요.
당신은 잠시간 당신이 씨를 말린 뱀파이어들을 생각합니다.
신재현:(일단 이 상태로 정보를 더 찾는 것은 무리라 판단합니다. 어찌되었든 역병에 걸린 환자들을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을 나와 병원으로 향합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환자들이 하루 새 부쩍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의사와 간화사들은 바쁘게 움직여 당신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병상에 누운 사람들은 천천히 말라가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신재현:(근처에 있는 병상의 환자에게 말을 겁니다.) 저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런데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기는 하려나. 살짝 걱정이 됩니다.)
환자에게 말을 걸어 보면, 어떠한 대답이 돌아올 수 있는 상태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들은 어떤 흉터도 없이 피를 토하며 몸을 뒤틀고 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강하게 쥐어짜는 것처럼...
...
지금껏 당신이 보아온 죽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환자들을 둘러 살피다 보면,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이 손짓합니다.
당신은 몸을 낮추고 노인의 말을 듣습니다.
노인: 이 마을에는... 흡혈귀의 저주가 내린거야.
모두가 불을 끈 밤이 되면, 흡혈귀가 내려와서 온 마을을 휘젓는다지...
피를 삼키고자... 이렇게 살아있는 것들을, 쥐어짜는 것이라네...
산을 모조리 불태우고, 싸그리 죽이지 않으면... 이 저주는 풀리지 않을 것이야...
자네, 그러니...
그리고 연신 기침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더 대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당신은 적당히 의료인을 불러서 노인을 돌보도록 합니다.
신재현:(잠시 고민하다, 의료인에게 말을 건다.)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 같은 건 없습니까? 증상 같은 걸 제외하고서요.
의사: 공통점이라... 각혈과 점점 말라간다는 점 이려나요. 다들 비슷한 증상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환자분도 비슷한 증상이 있으셔서 오셨나요?
신재현: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음.... 병의 근원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습니까?
의사: 글쎄요. 집단 생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퍼진 것인지. 사람들은 뱀파이어니 뭐니 하지만, 아직 원인은 묘연하고요.
확실한 건 언제부터 병이 시작되었는지 같은 점 뿐이겠네요.
신재현:(음? 새로운 정보입니다.) 그거라도 말씀 해주시겠어요? 사소한 거라도 괜찮으니까요.
신재현의 말에 의사는 몇 개월 전이라고 대답합니다.
그 시기는... 신재현이 박문대와 처음 만난 시기와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게 전부인 듯 합니다.
신재현:(알아볼 수 있는 건 다 알아본 듯 한데. 딱히 수확은 없는 듯 합니다.)
마을을 얼추 둘러보고 나면,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던가요.
해는 벌써 뉘엿 기울어 저녁입니다.
거리로 나서면, 한 아이가 재빠르게 게시판에 무언가를 붙이고 달려나갑니다.
당신은 그곳에 시선합니다.
걸린 것은 누군가의 초상입니다.
사람 아닌 것이 인세에 눌러살며,
마을을 해하고자 역병을 퍼트렸다는 죄목과 함께 걸린 얼굴.
그 얼굴은 그림 속에서도 희게 웃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박문대
그는 당신이 유일하게 살려둔 뱀파이어잖아요.
당신이 돌아다니는 사이,
의심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또 타서...
크게 몸집을 부풀려 결국 확신이라는 형태로 결론짓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역병이 산에 남아있는 뱀파이어로 인해 이루어져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래요, 산에 있는 불온한 것들을 싹 쓸어버리면 해결될 일이라고요.
마을 사람들의 목격담으로 구성된 그 낯은 원본을 퍽 닮았습니다.
당신은 그 얼굴을 응시합니다.
신재현,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 땅은 박문대로 말미암아 저주받았다고?
박문대가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말려 죽여버릴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는 왜 당신에게 살갑게 굴었을까요.
왜 당신을 그렇게 싸고돌며 챙겨주는 척 굴었을까요.
왜 위하는 척을 했을까요.
그렇게 간절한 표정으로,
도망가라고 했을까요.
알 수 없을 일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당신은 다시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한다면 지금 도망가도 좋아요.
어쩌면 박문대가 가장 원하는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박문대를 만나러 가도 좋겠죠.
박문대가 사는 곳으로 가는 길은 적어도 당신만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살려둔 것이라면 당신이 직접 매듭지어야 할 터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원대로 하세요.
이대로 도망 갈 것인지.
박문대를 만나거 갈 것인지.
신재현:(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애초에 도망갈 것이라면 역병에 대한 조사를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박문대와 대화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익숙한 길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당신은 걸음을 옮깁니다.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찬 숲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내딛는 걸음은 길을 이미 안다는 듯 지독하게 익숙합니다.
당신이 가야 할 곳은 한 곳뿐입니다.
당신이 유일하게 죽이지 못한 뱀파이어가 사는, 그 저택 말입니다.
얼마 가지 않아 당신은 저택 앞에 도달합니다.
죽을 때를 아는 것인지, 당신을 마중하러 나온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품 안에 있는 말뚝의 무게가 서늘합니다.
그러나 이곳까지 올라온 이상 돌이킬 수 없죠.
대화를 하고, 정말 이 일의 원인이 박문대에게 있다면.
...
당신은 미처 죽이지 못한 삿된 것의 흔적을 좇아 계단에 발을 딛고 올라갑니다.
저택의 가장 높은 곳, 박문대의 방에 도달합니다.
문은 오히려 살짝 열려있습니다.
문 큼새로 미약한 빛이 새어 나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해가 지는 하늘은 피칠갑을 한 듯 온통 붉습니다.
당신이 내는 인기척에 고개를 드는 낯은 당신이 기억하는 그 얼굴,
박문대 입니다.
그는 어딘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어째서?
죽을 때를 알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가증한 낯짝일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야만 하는 한낱 삿된 것일 수도 있죠.
신재현:문대 씨. 제가 왜 왔는지는 알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박문대:(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쉬이 설명할 수 없는 원죄가 목 안에 들끓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신재현. 너는,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해?
신재현:(머리가 복잡합니다. 정말 박문대가 모든 역병의 원인인 것일지 자신 또한 확신할 수 없습니다. 모든 정황이 그를 가리키고 있음에도.) ... 글쎄요. 그래서 모든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줬으면 하는데.
박문대:(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 무엇까지 믿어줄 수 있을지. 자신은 이제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고 감당하는 것은, 단순한 말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내 탓일수도 있지. 그리고, 네 탓 일수도 있고. (이것은 오로지 자신이 감당한 죄책감의 몫일지도 모릅니다. 진실을 말하는 행위가 죗값을 덜어내려는 행위로 그칠 지도 모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신재현, 너는 믿을 수 있어? 너에게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까지도.
신재현:(박문대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대체 무엇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까지 동요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에게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말 또한 이해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러니 더욱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제 몫이겠죠. 말하는 건 문대 씨의 몫이겠고. (차마 믿겠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뭅니다.)
박문대:(마지막까지 믿음이라는 단어는 올리지 않는구나. 엮이고 싶지 않아도, 이내 얽혀버린 시절이 길어졌으니. 신재현의 행동이 눈 안에 쉽사리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거짓을 말하는 것을 신재현 또한 눈치챌 수도 있겠죠.) 너가 나를 살렸으니까, 네게도 원인이 있지. (가감할 수 없는 진실을 있지만, 거짓은 고하진 않았으니까요.) 내가 모시는 생명체가 있어. 그 자가 이러한 짓을 한거고. 나 말고도 많은 뱀파이어가 그들을 섬겼어. 대부분 네가 죽였지만.
신재현:(자신을 살렸으니,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 말하는 박문대를 말없이 응시합니다. 분명 이번 일이 박문대를 살려두었기 때문이라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걸리는 게 있습니다.) 저번에 말하지 않았던가요? 문대 씨에게는 거짓말에 재능이 없다고.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박문대를 응시하며 표정변화없이 말을 내뱉습니다.) 분명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으라 했는데.
박문대: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죽이지 않으려고? (어떠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익숙한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며 그리 말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건 간단하고 편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끝에 자신의 생명은 남아 있을까요. 신재현의 삶에 죄책감은 과연 없을까요. 아니, 신재현이 이 사실을 믿고 그대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의 죽음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을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알려고 하지 마. 거짓말이라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끝내. 죽고 싶진 않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도망칠 수는 없을테니까.
신재현:결국 끝까지 얘기하지 않겠다는 거네요? (품 안에 있는 말뚝의 무게가 왜인지 더 선연하게 느껴집니다. 이 상황에서 박문대를 죽여버리면, 자신이 해온 것들은 무엇이 되는 걸까요. 박문대의 말처럼 도망쳤어야 했던 건지, 이제 와서는 감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분명 자신은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테지만요.) 제가 아무것도 모른 채 당신을 죽이길 원해요?
박문대:글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했어. 너 스스로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거고. 이정도의 것도 믿어주지 못하는데, 다른 것도 네가 믿을까? 받아들이는 건 네 몫이라 말했지. 말 하는 것도 내 몫이야. (신재현이 죽인 수많은 사교도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을 저의 변덕으로 팔아 해치운 것은 사실이죠. 지금 이 행위는 결국엔 자신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팔아 해치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신재현에게 느꼈던 변덕으로 그를 제 저택에 침범할 수 있도록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저의 생각 안에 침범할 수 없도록.) 무지는 때로는 좋은 약이 될 수 있지. 나는 그저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랄 뿐이야.
신재현:(박문대에게서 더 들을 것은 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더 들을 것이 있지만 박문대가 결코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첫만남 때처럼 피를 눈앞에 보이면 이성을 잃고 술술 불까요? 답지 않게 이런 생각까지 해보았지만, 그때의 박문대와 지금의 박문대는 확연히 다르니 그럴 일 또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선택지는 남아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품 안의 말뚝을 들어 그의 심장에 박아 넣는 수밖에 없을 듯 한데... 왜 망설여지는 것일까요.) ... 저는 문대 씨와 대화를 하고 싶어 온 거예요. 문대 씨가 얘기한 대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얘기의 끝이 이런 것이라면... 솔직히 실망스럽네요.
박문대:(그 말 한다디가 괜스레 무겁게만 다가옵니다. 실망스럽다니. 믿어주지 않을 것처럼 굴었던 건 당신이었으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만이 남아 있는 착각이 듭니다. 애초에 신재현이 자신을 죽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신재현을 죽이는 것이 역치에 맞았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이 그러지 않았던 것은. 이내 지금도 진실을 말하기 주저하는 것은...) 네가 원하는 대화의 결과가 어떤건데. 나의 무죄, 아니면 마을의 역병을 치료할 방법? 만약 둘 다 얻지 못하면. 그 땐 어떡할건데. (신재현의 목에 걸어준 붉은 팬던트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피로 기껏해서 연명시킨 생명. 그것을 이상 해치고 싶지 않음이 저의 바람일 뿐입니다.) 도망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나를 죽여도 변하진 않을거야. 하지만, 나를 살리고 네가 도망간다면 적어도 너는 멀쩡할 수 있겠지.
신재현:저는 그저 문대 씨가 제게 솔직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역병을 치료할 방법이든, 문대 씨의 무죄든... 상관없이. (박문대의 시선을 따라 펜던트를 쳐다 봅니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것을 풀어냅니다.) 이걸 푼 이상, 저는 이제 도망쳐도 소용이 없겠네요?
박문대:(느릿하게 뱉은 숨이 터지듯 흘러나옵니다. 물러나고 싶어도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풀어낸 이상, 우리는 어차피 서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겠죠.) 하나만 알아둬. 이 일의 원인도 결과도 결국에는 나로 인해 파생되었고, 너는 내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내가 알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얽힌 것이라는 걸. (과거를 조심스레 떠올려 봅니다. 당신이 제 머리에 총구를 들이미던 그 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얄팍한 목숨을 구걸하며 살지 않았더라면. 네가 나를 구원하지 않았더라면. 허울 없는 가정이 물 밀듯 밀려옵니다. 그랬더라면, 어떠한 비극도 없었을 것을.) 뱀파이어들은 단순히 피를 마시는 것 외에 그에게 제물을 바쳐. 이 모든 행위가 그를 위한 행위였던거지. 하지만, 최근 들어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그를 위해 피를 마실 자도, 제물을 바칠 자도 사라져버렸지. 그 결과가 지금 마을에 돌고 있는 역병의 형태로 번진거고. 나를 죽여도, 그가 바라는 건 나 같은 사람일테니. 변화는 없겠지. (신재현이 풀어낸 팬던트를 다시 쥐고서 처음처럼 그의 목에 걸어줍니다. 붉게 빛나는 피가 선명히 들어옵니다. 어떠한 결과가 우리는 덮칠지라도, 당신만은 기꺼이 살아주기를.) 이게 내가 숨긴 것의 전부야. 나의 무죄는 어디에도 없고, 역병은 치료될 수 없겠지.
신재현:(박문대의 말을 듣고 잠시간 침묵합니다.) 제가 어쩔 수없이 얽혔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는데요. 제가 뱀파이어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일조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요? 왜 이걸 부정하려 들지. (박문대를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애초에 자신이 뱀파이어를 사냥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아니, 어떤 형태로든 이런 일은 당연히 벌어지고야 말았겠죠. 그래서인지 진실을 듣고 나니 오히려 후련합니다. 박문대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었음에도.) 그래서... 문대 씨가 제게 바라는 건 뭐죠? 제가 이 곳을 달려나가 도망치는 건가요? (박문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합니다.)
박문대:애초에 내가 너에게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았더라면 이럴 일은 없었겠지. 내 이기심으로 일어난 일이니 결국 신재현 너도 나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게 되었다는 편이 맞아. (자신의 바라보는 시선의 주인을 저 또한 동일하게 바라봅니다. 어떠한 관계는 같은 순간에 있어도 다른 생각을 품고 마련입니다. 아득한 과거에 포기한 필연성을 회상하고, 이내 당신과 저의 다를 수 밖에 없는 점을 상기합니다. 우리의 시초가 처음부터 정당했다면. 자신이 신재현에게 품었던 신한 변덕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여전한 괴로움을 어찌 해소할 방도가 없습니다. 여전한 절망은 죽지도 못하는 저를 끊임없이 갉아먹을 뿐입니다.) 네가 더이상 이 일의 피해도 무엇도 받지 않았으면 해. 도망치는 것과 동일하긴 하겠네. 내가 모두를 살릴 순 없지만, 적어도 너 하나만큼은 살릴 수 있겠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산에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 너는 살 수 있을거야. 아무런 일도 없이 날 만나기 전처럼 평범하게. 만약 돈이 걱정이라면 그것 또한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 (신재현을 마주하는 눈이 희미하게 아래를 향해갑니다. 함께하고 싶었다는 불행의 원인이 된 과거의 변덕은 이상 언급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네가 부디 잘 살았으면 좋겠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저라는 존재에게서 벗어나 가장 평범한 존재로서 평범하게.)
신재현:도망... 도망이라. 그래요,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자신이 말하는 것을 박문대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압니다. 또한, 박문대가 이러한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이유로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지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지만요. 그저 박문대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대 씨도 같이 가요. 산에서 멀어지면 되는 거잖아요?
박문대:허...? (황당한 요구에 제대로 된 대답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합니다. 같이 도망가자뇨. 그러한 것은 상상해본 적 조차 없습니다. 자신의 삶은 자의적이었든, 타의적이었든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다 못해 고여버렸습니다.) 도망치는 건 너 하나로 족해. 내가 도망 칠 이유는 없는거잖아.
신재현:도망칠 이유야 만들면 그만 아닌가요? 예를 들어... 제가 혼자서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거나? (싱긋 웃으며 나이프를 꺼내듭니다. 말도 안 되는 협박이지만, 이 남자에게는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정말 안 갈 거예요? (나이프를 슬쩍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댑니다.)
박문대:(저, 미친놈 아니야? 같이 도망가자는 말을 듣자는 말보다 더 황당한 눈동자로 신재현을 바라봅니다.) 미쳤냐? 언제부터 혼자 못 살았다고... 하... (말도 안되는 협박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닿아있는 나이프의 날이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이끌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결국에는 저 말 같지도 않는 협박에 넘어갑니다.) 신재현 네 말대로 할게. 그거 내려놔.
...
이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박문대를 살리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박문대가 한 모든 말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신과 도망치는 존재가 정말 마을의 사람을 해치는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이 선택이 앞으로 또 몇 명의 사람을 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세요.
당신의 협박으로 마지못해 손을 맞잡은 사람의 얼굴 치고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내 당신의 손을 엮어오는 손길이
심히 다정합니다.
그것뿐이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당신이 쥔 것들을 버리고 그와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밀려 들어오라, 내 인생을 헤집고 들어온 불온한 행운이여.
행운이라 명명한 것이 종막에는 나의 불운이 된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서.
그리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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